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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임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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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톱(2011-05-25 17:50:56, Hit : 1685, Vote :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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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와 닭발

아버지와 닭발



어릴적 우리집은 가난했습니다.
3남 4녀. 아홉 식구가 단칸방에서 복작거리던
넉넉지 못한 살림에 눈만 뜨면 끼니 걱정이 앞섰던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보리밥조차 배불리 먹이지 못하는
궁색한 처지를 푸념하곤 하셨습니다.





그럴 때 한 번씩 아버지는 자식들의 허기를
채워주기 위해 닭 한 마리를 사들고 오셨고,
어머니는 가능한 한 양을 많게 하려고 양파며 감자,
당근 같은 것들을 잔뜩 넣어 닭요리를 만드셨습니다.
그런 날 밥상머리는 그야말로 일곱 남매의
치열한 살코기 쟁탈전이 벌어지곤 합니다.





하지만 살코기 한 점이라도 더 먹으려는
그 치열함 속에서도 유일하게 남는 건 닭발 두 개였습니다.
나는 아무리 고기가 먹고 싶어도 허연 발톱이
징그러운 닭발만은 손을 대지 않았고
다른 형제들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밥상머리 쟁탈전에서 유일하게 남은 닭발은
늘 아버지의 몫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뼈까지 오독오독 씹으며 닭발을
참 맛나게 드셨습니다.
"아버지, 닭발이 그렇게 맛있으세요?"





나의 질문에 아버지는 언제나 가벼운 미소로
대답을 대신 하셨고,
우리는 아버지가 닭발을 참 좋아 하신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후 나는 닭요리가 나오면 제일 먼저 닭발을
아버지께 드렸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께 효도한다는 기분에
나 자신을 대견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내 아들이 내게 닭발을 건넵니다.
"아빠, 아빠 좋아하는 닭발!"
그 옜날 나의 아버지가 그랬듯이,
나는 닭발, 목뼈, 날개등 아이들이 싫어하는 부위를
더 맛나게 먹는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왜 구토록 닭발을
맛나게 드셨는지 말입니다.
아버지는 닭발을 좋아한 게 아니었습니다.
어린 자식들이 맛난 살코기를
뜯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그저
바라보기만해도 배가 불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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